[국회-시민사회 공동 토론회] “윤석열 정부의 8·15 통일 독트린, 어떻게 볼 것인가” 개최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8·15 통일 독트린’을 두고 국회와 시민사회가 한 자리에 모였다. 지난 9월 12일 종로구에 위치한 ‘회의실by필원’에서 “윤석열 정부의 8·15 통일 독트린,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국회-시민사회 토론회가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선·이재정 국회의원과 남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 회장 곽수광),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대표상임의장 손명원), 시민평화포럼(시평포, 공동대표 이승환)이 공동주최한 이번 행사는 현 정부가 ‘8·15 통일 독트린’을 제안하게 된 배경과 주요 내용을 살피고, 통일 독트린이 향후 남북교류협력과 대북 인도적 지원 나아가 한반도 정세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전망했다.

본 행사는 김성민 민화협 정책위원장이 좌장을 맡아 “윤석열 정부의 통일 독트린 내용과 의미”를 주제로 정일영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와 “통일 독트린이 남북교류협력에 미치는 영향 분석과 제언”을 주제로 김성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가 발표를 맡았다. 이어 강주석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장, 이예정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업국장, 이재선 천도교청년회장·민화협 청년미래위원장, 정욱식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이 토론에 나서 남북관계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통일 독트린에 대한 평가와 제언을 했다.

정일영 서강대 교수는 통일 독트린이 통일환경이 변화한 만큼 새로운 시각을 담지 못해 아쉽다고 평가했다. ‘남북 당국 간 대화협의체 설치’, ‘북한 자유 인권 펀드’ 등의 제안은 주목할만 하나, 전체적으로 연초에 발표한 통일부 업무추진 계획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윤 정부 들어 통일부에서 통일미래기획위원회를 꾸려 각 계 전문가들이 참신한 제안들을 많이 하셨으리라 생각된다”면서, “보수, 진보 정권의 성향을 떠나 통일방안에 대한 새로운 고민들이 담겨있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2021년 6월 보수, 중도, 진보의 시민사회 단체들이 사회적 대화를 통해 마련한 <2021 통일국민협약안>을 예로 들며, “시민사회가 한반도 평화, 남북관계 회복, 통일 비전 논의에서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고 대화를 지속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성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 당국이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하나, 사실상 상대방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적대감에 기반을 둔 국내정치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한 당국은 심리적 통일 독트린을 통해 두 국가 상태가 지속된지 오래인 국민에게 ‘통일’을 설득해야 하며, 북한 당국은 오랫동안 ‘통일’을 강조해온 국가 이데올로기가 갑작스럽게 전환된 상황을 인민들에게 납득시키도록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남북교류협력이 상당 기간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중장기적 비전과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1990년대 후반부터 시민사회가 약화되며 한반도 평화 운동과 통일 담론도 힘을 잃어가고 있다며, “남북교류협력 시기에 등장했던 통일·평화 담론과 운동 전략을 남북 사이의 ‘적대성’ 관리에 목적을 둔 운동과 담론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방향으로 △남한 내 평화 감수성 확대를 위한 교육 △남한 내 분단 폐해를 재생산하는 제도 개혁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군축 및 군비통제 운동 강화 등을 제시했다.


이예정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업국장은 통일 독트린의 7대 추진방안으로 정치적 상황과 상관 없이 인도적 지원을 명시한 것에 환영했다. 다만, 역대 정부가 내세웠던 입장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어 인도적 지원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보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시민사회의 역할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점을 두고, “1990년대 중반 이후 민간은 정부와 함께 인도 지원과 남북교류협력을 이끌어 온 한 축이었음에도 통일 독트린에 전혀 언급되지 않아, 단순히 ‘선언’의 압축적 성격에서 기인한 것인지, 아니면 인도지원‧교류협력의 주요 주체로서 민간을 지운 것인지” 의문을 표했다.

시민사회의 자성의 목소리도 있었다. 북한을 두고 ‘접근을 통한 변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변화를 통한 접근’은 여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국장은 “시민사회의 과거 활동 방식이 ‘당위’에 기반하지는 않았는지, 일방적이는 않았는지는 돌아보며, ‘대북지원을 못하는 대북지원 단체’, ‘남북교류를 못하는 남북교류 단체’라는 패배주의가 아니라 새로운 방식과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연대와 상상력을 발휘할 때”라고 말했다.


정욱식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통일 독트린을 두고 “윤석열 정부가 ‘적대적 통일론’으로 김정은 정권의 ‘적대적 두 국가론’에 맞불을 놓았다”고 평가했다. 정 소장은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부터 2018년 9·19 남북 군사합의에 이르기까지 남북관계 특수성을 반영한 합의들과 이에 기초한 관계인 ‘통일지향적인 특수관계론’이라는 구 체제가 사실상 급격히 무너졌다며, 이제는 새로운 체제를 고민할 때라고 역설했다. 현 시점에서 통일의 당위보다는 미래세대가 남과 북을 아우르는 한반도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며, ‘우리 안의 북한’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의 조선’을 상대하는 ‘탈북한’을 제시했다. 무너져버린 특수관계론을 대신해 유엔 헌장을 비롯한 한국과 조선이 인정한 국제규범(두 국가론)으로 대체하자는 것이다.

무엇보다 정 소장은 우리 자신을 이롭게 하면서도 보편적 가치에도 기여하며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도 이롭게 할 수 있는 “이기이관(利己利關)”의 접근을 강조했다. 그는 “적대성을 조금씩 완화해가면서 무력 충돌의 위험을 줄여나갈 수 있고, ‘북한’을 향한 유무형의 자원 낭비를 줄여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선 민화협 청년미래위원장은 ‘민족’에 대한 시대착오적 개념을 벗어나, 상호 존재를 존중하는 남북관계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통일 독트린을 통해 드러나듯 ‘자유’라는 이름 하에 반자유세력, 반통일세력을 규정하며 한반도 공동체를 분리하려는 모습에 우려를 표명했다. 무엇보다 한민족의 자부심으로 남북교류협력의 한 축을 담당했던 해외동포 사회는 현재의 남북 극단 대치 상황에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며, “서로를 적대하는 남북 당국의 정책일변도를 벗어나 대화의 창구만큼은 마련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강주석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장은 적대적 분단 상황에서 다원성과 관용을 주요 가치로 삼는 ‘자유민주주의’가 제약받기 쉽다며, 신냉전의 국제정세와 한반도 대결국면은 우리 사회의 자유민주주의를 더욱 위축시키기에 반공주의를 넘어서는 진정한 의미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강 소장은 근본적으로 우리 국민들이 우리의 공식 통일방안인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에 대한 내용뿐만 아니라 그 존재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공포나 적대가 강조된 기존의 반통일교육에서 벗어나 대화와 협력을 기초로 한 평화통일교육이 공교육 차원에서도 적극 실행될 수 있도록 창의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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